구약성서연구 제3강 : 오경의 구조

구약성서 연구 제 3 강 : 토라의 구조

우리는 지난 두 번의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왜, 어떻게 성서를 읽어야 하는지 대하여, 그리고 구약성서의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 간략하게 나누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구약성서의 첫번째 부분인 토라 (모세 오경)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Ⅰ. 토라의 일반적 구조

토라의 구조는 창세기-신명기에 이르는 다섯 권의 책을 한 권으로 가정하고 창세기를 서론, 신명기를 결론으로 구조를 맞춰본다면 이해가 더욱 쉽다. 

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
원역사(1-11장)시내산도착 율법의 수령 시내산출발 (출 19:1-) (-민 10:10)모세의 설교(1-33장)
족장사(12-50장)모세의 죽음(34장)

-창세기의 원역사(1-11장)

세상의 창조-인간의 타락-문명의 건설-문명으로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시도

-창세기의 족장사(12-50장)

아브라함-이삭-야곱-요셉

-이스라엘 민족 이야기의 서두는 곧 아브라함 이야기인데, 가나안 땅과 그 땅에 거할 위대한 민족의 형성이라는 약속으로 출발한다. (창 12:1-2, 4-6 읽기). 

또한 이스라엘민족이야기의결론부분에해당하는신명기 26:5-9은 이스라엘 민족이 대대로 예배드릴 때 낭송하며 고백하는 본문이다. 이 본문은 일종의 신앙 고백문이다. 즉 조상들의 시대부터 가나안 땅 정착에 이르는 그 긴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놓았다는 점이다. 즉 족장들의 세상살이, 출애굽 사건, 가나안 땅 정착의 드라마가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요약되어 있다. 이 세 항목을 하나로 엮는 매개는 무엇일까? 바로 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조상들이 살던 땅은 가나안이다. 그러나 그들이 가뭄과 배고픔을 피해 이주해 가 살던 땅은 에집트이다. 이제 후손들이 도로 조상들이 살던 땅인 가나안 땅에 되돌아가 살게 된다. 왜? 하나님이 그리 하라 하셨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땅 약속이라는 주제는 구약성서에 실린 이스라엘 민족의 서사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흔히 말하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란 이 “땅” 약속을 근간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땅에 대한 약속과 그 약속의 성취라는 도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구약성서는 “땅 없는 자들이 땅을 차지하는 이야기”(창세기-여호수아)와 “땅을 차지한 자들이 다시 땅을 잃어 가는 이야기”(여호수아-열왕기하)인 셈이다. 제 땅없이 남의 땅에서 떠돌아 다니던 자들에게 하나님께서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땅을 주셨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은 하나님이 주셨던 그 땅에서 제대로 살지 못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주셨던 땅을 도로 거두어 가신다. 약속의 성취라는 구속사의 감격과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포로기의 쓰디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겜 땅(창 12 :6)에서 세겜 땅(수 24 :6)으로 이스라엘 땅 성취 이야기가 이루어져 있다.) 

Ⅱ. 다성적(多聲的)인 오경의 가르침

구약성서의 오경에는 중복되거나 반복되는 이야기가 종종 눈에 띈다. 단순히 겹치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겹치면서 내용이 서로 충돌하는 본문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창세기 서두에 두 개의 창조 이야기(1:1-2:4a ; 2:4b 이하)가 전개되고 있다. 

1 :1-2 :4a의 창조이야기2 :4b 이하의 창조이야기
하나님의 이름하나님(Dieu ; 엘로힘)야훼 하나님(l’Eternel Dieu ; 아도나이)
창조의 날7일없음
창조의 순서하늘, 땅→인간(하나님의 형상)인간→각 식물, 동물(땅의 일)
창조의 묘사장엄한 필체, 고백적하나님을 토기장이로 묘사
창조의 내용창조→안식하나님의 창조와 인간의 타락
창조의 과정물→마른 땅메마른 땅→땅을 적시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 하나님이 이 세상을 두번 창조 하셨던 걸까 ? 왜 두번이나 창조 이야기가 언급되는 것일까 ? 그 의도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오경은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의 책이다. 유대교나 기독교는 오경의 말씀을 신앙 공동체 신앙과 삶의 표준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런 위의 문제가 생기는 까닭은 오경의 문학적인 특성에 대한 이햐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해준다.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보면, 예를 들어 노아의 방주에 들어간 짐승의 수가 다르다(창 7:2-3 ; 6 :18-20). 홍수의 이유(6:5 ; 6:11)와 홍수의 기간 또한 반복되어 나온다. 오경을 읽어가다 보면 아브라함이 사라를 자기의 누이라고 속이는 이야기, 십계명의 이야기도 반복된다. 하나님의 산을 시내산 혹은 호렙산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하고, 장인을 이드로 호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지난 시간 말씀 나눈 바와 같이 설화체의 이야기와 법령체의 조문들이 뒤섞여 있기도 하다. 이런 뒤섞임, 중복, 반복, 이야기의 단절, 어휘와 문체의 차이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이러한 의문은 오경의 본문이 여러 사람에 의해서 다양하게 집필되었음을 상기할 때 해소될 수 있다. 모세 오경이라고 해서 모세가 직접 이 이야기들을 혼자서 집필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경의 말씀들은 모세오경이라는 명칭으로 묶고 있는 것은 오경 속의 다양한 증언들을 모두 모세의 권위 밑에 두자는 전통의 열매이다. 현재 우리가 읽는 구약 성서 오경 속에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여러 증언들이 섞여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경이 털어 놓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찬양은 본질적으로 다성적(多聲的)이다. 창세기의 두 창조 이야기도 하나님 창조에 대한 서로 다른 두 증언이 있었던 결과이다. 학자들은 전통적으로 2-3장의 창조 이야기는 주전 9세기 경(다윗-솔로몬 시대, 메마른 가나안 땅)에, 창세기 1장은 주전 6-5세기(바빌론 포로기)의 작품으로 본다. 이 두번째 창조의 이야기는 가나안 사막지대의 물이 귀한 곳에서 샘과 오아시스처럼 숨쉬는 모든 것들의 생명을 지탱케 하는 귀한 젖줄처럼 샘이 솟아 강이 흘러 마른 땅이 적셔지는 것으로 이해케 하는 신앙과 관련이 있다. 바빌론 포로기의 창조 이야기 속에는 바빌론 강가에서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삶이 터전이 강의 범람으로 물바다로 변하고 마는 혼란의 현장에 대한 신앙적 통찰이다. 인간에게 마른 땅을 주시어 안락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가 바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고백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시기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암흑기인 포로기이다. 혼돈의 물을 질서의 세계로 평정하시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이란 포로생활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키시는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이기도 하다. 

많은 증언들, 많은 음성들, 많은 신앙들이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까 ? 오히려 성서의 내용을 우리에게 풍부하게 전해준다.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여러 증언들이 하나의 통일된 음성으로 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신약의 복음서와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신약의 복음서는 독자적으로 네개의 책으로 남았지만, 오경은 그 서로 다른 문서들이 한 책 속에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경은 마치 성가대의 찬양과 같다. 각 파트는 자기 소리를 내지만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처럼 오경의 증언도 이와 같다. 네가지의 다른 증언들이 있지만 자기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의 이야기를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하나의 화음으로 모아진다. 다양한 음성의 조화이다. 

※구약성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것을 야훼문서, 엘로힘문서, 사제문서, 신명기문서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출처] 구약성서연구 제3강 : 오경의 구조 (파리중앙교회) | 작성자 Pasteur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