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연구 제2강 : 구약성서와 타낙

Ⅰ. 구약성서와 타낙(TaNaK)

기독교인들은 창세기에서 말라기에 이르는 39권의 책을 « 구약성서 »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구약성서(옛 약속)라는 명칭은 신약성서(새 약속)라는 명칭에 상응하는 용어이다. 새 약속이라고 일컬어지는 책에 짝을 이루는 옛 약속을 담은 책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 책, 구약 성서는 그리스도 예수의 오심과 행하심의 빛에서 바라볼 때, 창세기에서 말라기에 이르는 일련의 책들은 메시야의 오심을 약속하고 예고하는 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신앙을 고백하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다시 신약성서라는 명칭은 이 옛 약속의 성취이자, 나사렛 예수께서 선포하고 약속하신 새 약속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구약성서는 유대인들의 정경이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우리 기독교인들이 유대교의 정경을 우리의 정경으로 받아들였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구약성서가 기독교에 받아들여지고 정경으로 인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구약성서는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거룩한 책으로 읽혀지고 있었다. 우리가 아는 대로 유대인들은 나사렛 예수를 메시야로 고백하고 있지 않다. 구약성서라는 용어는 창세기에서 말라기에 이르는 39권의 책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약속했던 책이라는 소리이다. 그 약속이 마태복음에서 요한 계시록에 이르는 27권의 책 속에 성취되고 있음을 확신하는 믿음의 표현이다. 곧 구약성서란 명칭은 유대인들에게는 아닌 그리스도인들의 명칭이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의 용어는 무엇일까? 유대인들은 구약성서를 타낙(תנכ)이란 이름으로 일컫는다. 

타낙은 세 단어의 머리 글자를 모아 합성한 단어이다. 본래 구약성서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부분이란 오경(히브리어로 ‘토라’「Torah」), 예언서(‘느비임’「Nebiim」), 성문서(‘케투빔’「Kethubim」) 를 지칭한다. 

Ⅱ. 정경화 (正經化) 과정

타낙은 유대인들의 정경으로 일찍이 자리잡았다. 

정경으로 인정된 순서는 토라→예언서→성문서의 순서로 정경으로서의 권위를 인정 받았다. 타낙의 책들은 일찍부터 ‘거룩한 이야기’ 형태의 글들이 ‘거룩한 책’의 형태로 고정되기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중 포로기 이후로 여겨진다. 주전 587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면서 끝난 이스라엘 역사는 민족의 삶을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내몰았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왜, 무엇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인 다윗, 솔로몬의 왕국이 무너져야 했는가? 이제 민족의 생존은 어떠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포로기의 폐허를 딛고 민족을, 민족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이스라엘 역사에 닥친 포로기의 충격은 이스라엘의 제사장들, 서기관들, 학자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전수되고 보존된 ‘거룩한 전승’을 ‘거룩한 책’의 형태로, ‘지키고 따라야 할 권위있는 말씀’의 형태로 기록, 저술, 편찬하게 만들었다. 포로기(주전 587년-538년)에 시작된 이러한 영적 각성 운동이 포로 후기(주전 538년 이후)로 이어져 내려 오면서 구체화된 열매가 토라와 예언서의 등장이다. 그리고 성문서(케투빔)의 집대성은 주후 1세기에 가서야 완성된다 (90년 얌니아 회의). 

Ⅲ. 타낙의 구조

앞에서 언급한대로 타낙은 토라, 느비임, 케투빔의 머리 글자를 따서 모은 합성어이다. 서히브리어 성서이다. 타낙, 히브리어 구약성서의 첫 부분은 토라이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이 다섯 권의 책이 토라를 구성하고 있다. 책은 다섯 권이지만, 이 다섯 권을 ‘토라’라는 하나의 단수 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흔히 모세오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전해 주신 말씀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글의 형식상 토라는 크게 두 가지 체로 구분된다. 

-하나는 이야기체의 글이고, 창조에서부터, 아담-아브라함-야곱-모세로 이어지는 민족 형성의 역사가 드라마틱하게 연결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이스라엘이 누구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즉 혈연적으로는 야곱의 후손이요, 정신적으로는 모세에 의해 태동된 출애굽 공동체이다. 족보상으로는 아담의 후손이지만, 신앙적 반열로서 보면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다른 하나는 법령체(계약, 계명, 율례, 법도)의 글이다. 이 법령체의 글을 통해 이스라엘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밝혀주는 구실을 한다. 법령체의 토라는 출애굽기 19:1-민수기 10:10과 신명기 1-34장 전체이다. 

히브리어 구약성서의 예언서 부분은 전기 예언서 여호수아∼열왕기 상, 하이고, 후기 예언서는 이사야∼말라기로 구성되어 있다. 히브리어 구약성서가 역사서라고 부를 수 있는 책들을 예언서로 간주하고 있다. 왜일까? 역사에서 인간들이 저지르는 온갖 잘못들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하나님의 말씀의 틀 속에 기술되어 있다. 이때 예언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것이다.곧 예언자들을 통해 주신 하나님의 말씀과 그 시대의 이스라엘 역사 이야기가 예언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예언서는 하나님이 선포하라고 맡겨주신 말씀, 곧 예언(預言)이다. 예언이란 예고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주신 말씀이다. 

타낙의 맨 마지막 부분을 형성하는 성문서는 문자적으로 그냥 ‘기록된 글들’이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신앙들이 쏟아 놓은 시와 노래가 있다. 이스라엘의 경건한 신앙인들이 토라와 예언서에서 만나는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털어놓는 고백과 찬양, 기도와 탄식, 간증과 변론이 성문서를 꾸며가고 있다. 시편, 욥기, 잠언, 룻기, 아가, 전도서, 애가서, 에스더, 다니엘 , 역대기가 이에 해당된다. 앞서 나눈 것에서 본 바처럼 히브리 성서가 이스라엘 민족의 정경으로 고정되어 가던 중에 논란이 되었던 책들이 다 성문서에 들어 있다. 예) 남녀간의 사랑을 읊고 있는 아가서, 삶의 모든 것이 헛되다고 설파하는 전도서, 잔인할 정도의 유대 국수주의 에스더서 등이 이것이다. 

크게 보면 성문서에 들어 있는 책들은 경건 문학이다. 포로기-포로후기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의 혼란기를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의 기록이다. 시, 노래, 격언, 이야기, 묵시, 변증록 등이 토라와 예언서와 함께 하나님께 대한 진한 신앙을 담담히 고백하고 있다. 

그러니까, 토라와 예언서가 위로부터 아래로의 글이라면, 성문서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외경(Apokrypha)과 위경(Pseudepigrapha)이란?

먼저 카톨릭 교회 성서나 혹은 개신교회와 함께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성경 속에는 구약의 책이 46권이다. 무슨 말인가?

-외경(주전 2세기 말∼주후 1세기, 감춰진 것, 숨겨진 것) : 신구약 중간기의 역사적 산물.

마카베오 상, 하, 집회서, 솔로몬의 지혜서 토빗, 유딧, 바룩서 등이 있다.

-위경 (주전 250년-주후 200년, 가짜 이름이 붙은 글들) : 책을 쓴 사람이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고, 남의 이름, 특히 구약성서의 권위있는 사람들 (아브라함, 모세, 다윗, 솔로몬, 예레미야, 이사야, 에스라 등)을 저자로 내세운 책들. 이 책들은 유대인이 지었거나 편집한 책들이 있고, 처음 유대인이 썼으나 초기 기독교인이 기독론적 관점에서 확장한 책들도 있다. 

-신약의 위경 : 주후 2-6세기에 쓰여진 베드로복음, 도마복음, 안드레행전, 라오디게아서, 바울묵시록 등이 있다. 

[출처] 구약성서연구 제2강 : 구약성서와 타낙 (파리중앙교회) | 작성자 Pasteur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