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연구 제6강 시내산 전승 단락

구약 성서 연구 제6강

시내산 전승 단락 (출애굽기 19:1-민수기 10:10)

우리는 지금까지 구약성서 전체의 틀과 모세오경의 구조를 간략하게 나마 살펴 보았다. 이어서 오늘은 흔히 말해서 율법의 핵심 부분인 시내산 단락을 살펴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출애굽 전통에 따르면, 모세의 상(像)은 해방자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나눌 단락에서 모세의 모습은 토라의 전수자이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모세 이외에 여호수아, 사무엘, 다윗, 솔로몬 등의 주요 인물들이 있지만, 또한 율법에 버금가는 많은 것들을 전달해 준 인물들이지만, 토라는 이들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토라는 오직 모세, 그 한 사람에게서만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가 다룰 시내산 전승 부분에서 모세의 상(상)을 “해방자”에서 “토라의 전수자”로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자, 이제 시내산 전승 단락의 서두를 살펴 보자. 출애굽기 19:1-2을 읽어 보자. “도착하여”, “장막을 쳤다”는 서론적인 서술(19:1-2)이 등장한다. 그렇기에 이제 거기에서 머물면서 되어진 일을 보도하는 형식의 본론 (출 19:3-민 10:10)으로 구성된다. 시내산 사건 보도가 민수기 10:10에서 끝난다고 보는 것은 출애굽기 19:1-2에서 “장막을 쳤다”는 서술과 상응하는 “장막을 걷고 떠났다”는 보도가 민수기 10:11-12에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지금 현존하는 형태의 시내산 전승 단락은 “장막을 치고 머무름”과 “장막을 거두고 떠남”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는 장막을 거두고 떠나기 전, 장막을 치고 머무르는 기간 동안을 다루는 시내산 전승 단락을 다룬다. 시내산 전승 단락의 본론 (출 19:3-민 10:10)은 이렇게 시작한다. 3절을 읽어보자. 여호와 하나님께서 산에서 모세를 부르셨다. 이제부터의 본문의 이야기는 진영(장막/캠프)과 산이라는 두 개의 지점을 축으로 해서 짜여지게 된다. 이 두 지점은 지금까지 줄곧 나오던 출애굽 공동체의 수평적 여행이 그치고, 대신 모세 한 개인이 수직적인 오름과 내림이라는 구도로 본문이 전개된다는 신호이다. 진영과 산은 본문의 이야기를 진행 시키는 축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애굽기 19:3-39:43의 읽기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것은 이 두 축 사이를 왕래하는 모세의 여행이다. 그러니까 본문의 장면들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 산에 오르는 모세의 여행 (등산)과 산아래 진영에 머무르고 있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명령/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산을 내려가는 모세의 여행 (하산)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모세는 산 위의 하나님과 산아래의 백성들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중재자이다. 특히나 본문을 정독해 보면, 모세의 등산/하산이 크게 7차례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7차례의 반복의 과정을 형성하는 각 주기는 모세가 듣고 전해야 될 여호와 말씀의 주제에 의해서 서로 구분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정리해 보자.

출 19:3-39:43에 나타난 모세의 “등산/하산”의 구조

Ⅰ. 제1차 등정 : 계약 체결 개시 19:3-8a

A. 등산 : 말씀의 들음 19:3-6 

B. 하산 : 말씀의 실행 19:7-8a

Ⅱ. 제2차 등정 : 여호와의 현현 19:8b-19

A. 등산 : 말씀의 들음 19:8b-13

B. 하산 : 말씀의 실행 19:14-19

Ⅲ. 제3차 등정 : 모세를 중재자로 공식 임명 19:20-20:20

A. 등산 : 말씀의 들음 19:20-24

B. 하산 : 말씀의 선포 19:25-20:20

Ⅳ. 제4차 등정 : 계약의 확증 20:21-24:8

A. 등산 : 계약의 문서 (계약법) 20:21-24:2

B. 하산 : 서약 24:3-8

Ⅴ. 제5차 등정 : 성소의 건축 24:9-32:30

A. 등산 : 말씀의 들음 24:9-32:14

B. 하산 : 위기 (금송아지 사건) 32:15-30

Ⅵ. 제6차 등정 : 하나님의 위기 처리 32:31-34:3

A. 등산 : 말씀의 들음 32:31-33:3

B. 하산 : 말씀의 실행 33:4-34:3

Ⅶ . 제7차 등정 : 두번째 받은 증거판 34:3-39:43

A. 등산 : 말씀의 들음 34:4-28

B. 하산 : 회막의 건설 34:29-39:43

반복되는 모세의 등산/하산의 구조를 추적해 볼 때, 다음과 같은 구조의 진행 과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번째 등산/하산은 두번째-네번째 등산/하산의 사건을 준비하기 위한 서론이다. 그리고 두번째-네번째에 이르는 등산/하산의 반복은 중개자로서의 모세와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계약체결에 그 목적이 있다. 즉 하나님 현현에서 계약 체결에 이르는 이야기가 그 사이에 소개된다. 그러나 이것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아직 준비 과정이다. 이스라엘과 하나님 사이에 계약을 맺는 사건은 하나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준비 과정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회막의 건설, 하나님께서 산 위에 계시지 아니하고 산 아래 백성들 속에서 계시고자 이주하실 수 있는 성소의 마련이 그것이다. 이 성소/회막의 봉헌 이야기에 모세의 등산/하산 양식의 다섯번째-일곱번째 주기가 소개된다. 즉 모세가 그토록 오르락내리락 했던 것은 이 단 하나의 목적, 곧 이스라엘 회중의 삶 한복판에 하나님의 성소/회막의 마련 (산 아래에 있는)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레위기 1:1을 읽어보자. 레위기 1:1은 출애굽기 19:3-민 10:10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이전 (출 19:3-40:38)까지는 하나님께서 산에서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레 1:1-민 10:10) 하나님은 더 이상 산에서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는 이제부터 회막에서 말씀하신다. 레위기 1:1 이전의 모든 사건들이 산에서 듣는 여호와의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면 레위기 1:1-민 10:10은 성소/회막에서 듣는 여호와의 말씀이다. 여호와께서 산 아래로 내려 오셔서 회막에 계신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여호와 하나님이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계신다. 시내산 전승 단락의 이런 구조는 하나의 근본적인 신학을 의미한다. 즉 과거의 모든 사건들이 산에서 이루어졌다면,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회막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그곳에 내려와 계시기 때문이다. 여기에 율법의 핵심이라 불리는 레위기의 모든 가르침들이 시내산 전승 단락과, 나아가 전체 오경의 핵심임이 드러난다.

우리가 시내산 전승 단락이라고 부르는 본문에는 이집트를 탈출해 나온 히브리인들이 시내산 밑에 머물면서 경험하게 되었다는 형식으로 보도되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소개된다. 그들이 여호와 하나님과 계약을 맺는 일, 성소/회막을 짓는 일, 제사드리라는 규례들, 정/부정에 관한 규례들, 성결해야 될 것을 강조하는 규례들이 있으며, 그리고 그 사이에 소개되는 여러가지 설화들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레위기 1:1 이하에서부터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 한 가운데서 말씀 하시며, 그곳 회막에서 이스라엘의 매일 매일의 삶에 관한 단호한 가르침을 선포하신다는 것이다. 시내산에서 선포되던 하나님의 말씀은 산에서, 그리고 성소/회막에서라는, 그가 어디에서 말씀하시느냐에 따라 둘로 나뉘었지만, 이제 회막에서 선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그가 무엇을 말씀하시느냐에 따라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즉 레위기 1:1-민 10:10은 여호와가 다스리시는 공동체의 구성(레 1:1-27:34)과 시내산을 떠나 가나안까지 갈 여행을 위한 준비 (민 1:1-10:10) 라는, 두 종류의 말씀으로 나뉘어 진다. 레위기 1-16장의 모든 법령들이란 해방의 사건이 일회적이 아닌 영속적이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이렇다. 한번 해방 (출애굽)을 경험한 공동체로 하여금 매일 매일의 삶에서 당면한 죄와 부정이라는 파괴적인 짐으로부터 영속적으로 해방되어야 함을 권면한다. 레 1-16 장의 제사법, 17-26장의 성결법은 영속적인 해방을 위한, 다시 말해서 구원됨에서 성별됨으로, 성별됨에서 성화됨으로 이스라엘 공동체를 살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해방→성별→성화 : 감리교회의 칭의와 의인화→거듭남→성화와 완전을 비교) 

정리하자면, 시내산 전승 단락의 가르침이 증언하는 모든 처방들은 해방된 공동체가 이제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삶을 준비하도록 요구하는 처방이다. 바로 그런 준비가 이루어진 공동체를 향해서 레위기의 법령들이 해방의 경험을 현재화할 수 있는, 즉 해방의 경험이 하나님과 더불어, 하나님을 중심으로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가르침으로 계속된다. 우리의 출애굽기 읽기가 1-18장에 머무르지 않고, 19-40장으로 그리고 다시 레위기의 법령으로 이루져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사제도 (레 1-10장), 정결케 되려는 노력(레 11-16 장), 그리고 성결케 되려는 처방 (17-27 장)이란 하나님과 함께 살 이스라엘의 삶을 위한 성서 본문의 저자와 편집자의 처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방은 해방으로 끝나는 일회적인 경험이 아니다. 해방 공동체가 이스라엘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이스라엘 공동체가 회막 공동체가 되지 못하는 한 해방은 미완성일 뿐이다. 

[출처] 구약성서연구 제6강 시내산 전승 단락 (파리중앙교회) | 작성자 Pasteur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