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연구 제4강
지난 시간 우리는 모세오경의 구조에 대해 살펴 보았다. 오늘 시간에는 모세오경의 구조에 대해 요약하고 다음 주제인 모세오경의 내용은 무엇인지, 그 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오경의 구조
오경의 본문 전체는 크게, 그리고 기본적으로 출애굽에서 신명기에 이르는 네권의 책들의 모세의 탄생 보도에서 모세의 죽음 보도에 이르는 이야기라는 틀 속에 묶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출애굽기-신명기에 이르는 이야기는 “모세의 일대기”를 전하고 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위한 하나님의 종이다. 출애굽기-신명기는 모세의 일대기라는 하나의 틀 속에서 서술되고 있으며, 이 모세의 일대기 속에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체의 태동이 서술되고 있다. 이때 모세는 “거룩한 제사장 나라”로서의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체의 창시자이다 (출 19:6). 이스라엘 창시자로서의 모세의 역할과 그같은 역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하나의 “공동체”의 탄생의 이야기는 출애굽기에서 신명기에 이르는 일련의 설화들, 말씀들, 법령들을 하나의 공동체 틀 안에서 하나로 묶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오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곧 모세 이전 시대 (창세기)와 모세의 시대 (출애굽기-신명기)가 그것이다. 전자가 온 세상과 인류의 창조를 부각시키고 있다면, 후자는 이스라엘의 생성을 증언하고 있다. 전자가 모세 이전의 시대, 곧 온 세계사를 개관하고 있다면, 후자는 모세의 시대, 곧 이스라엘의 역사의 뿌리를 더듬고 있다. 이 때 창세기는 모세(시대)의 이야기에 대한 서론이며, 출애굽기-신명기는 모세 이전 시대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구체화 시킨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창세기는 원역사라고 부르는 창 1-11장과 족장사라고 부르는 창 12-50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창세기의 원역사가 인류의 시작과 그 타락, 결국 혼돈으로 이어지는 참담한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면 12-50장은 크게 보아서, 이스라엘, 야곱이라는 한 인물을 조상으로 한 어떤 부족의 탄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때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의 정신적 조상이라면, 야곱은 이스라엘 자손의 혈연성의 조상이다. 그러므로 오경의 구조는 부족으로서의 이스라엘 (야곱-이스라엘)이 모세에 의해서 신앙 공동체로서의 이스라엘 (모세-이스라엘)로 대치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요약하면,
오경의 기본 구조
Ⅰ. 야곱-이스라엘 이야기 창 1-50장
Ⅱ. 모세-이스라엘 이야기 출 1-신 34장
이미 말한대로, 오경은 오랜 시간 편집의 과정을 거쳐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경의 최종 편집자는 왜 이 두 이야기를 이런 구조로 연결시켜 놓았을까 ? 하는 질문에 이른다. 즉 이스라엘을 야곱과의 혈연적인 관계에서 모세와의 정신적인 관계로 구성 편집하였을까 ? 오경은 포로기-포로후기 시대에 정경으로 고정된 작품임을 고려해 볼 때, 포로기 이후의 흙더미 위에서 이스라엘의 근본을, 이스라엘이 지향해야 하는 삶의 원칙을, 이스라엘이 추구하고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서술하고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하면 포로기-포로후기 시대의 오경 편집자는 이스라엘의 뿌리를 모세에게서, 또는 모세에 의해 이룩되었던 “하나님이 다스리는 사회”에서 찾음으로써 폐허로 변한 이스라엘의 역사, 사회, 공동체, 제의를 새롭게 일으키고자 한다.
자, 다시 본래의 흐름으로 돌아와서 보자. 우리는 오경(토라, 모세오경)의 구조에 관해 살펴 보았다. 오경은 크게 두개의 단위 (창세기와 출애굽기-신명기) 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이미 정리해 보았다. 이러한 구조를 분석하는 본분의 장치는 출애굽기-신명기가 모세의 탄생(출 1장)-모세의 죽음(신 34장)에 이르는 일대기 형식 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고, 출애굽기-신명기는 모세의 시대의 일대기가 본문 이야기의 틀이고, 창세기는 모세 이전 시대, 즉 모세의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서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오경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 관점 가운데 하나이지만, 아주 중요한 분석이다[1].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출애굽기-신명기의 구조를 살펴보자. 출애굽기-신명기의 이야기는 “이집트”를 나온 히브리인들이 “시내산”을 거쳐 “모압”에 이르는 “이주여행”의 양식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애굽기-신명기가 전하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이집트 탈출 이야기는 “시내산”과 “모압”이라는 두 개의 지점과 연관되어 있다. 현재의 출애굽기-신명기가 전하는 이스라엘 자손의 이주 이야기는 시내산과 모압이라는 두 개의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편집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집트를 나와서 시내산까지, 다시 시내산에서 모압까지, 그것이 출애굽기-신명기 안의 각종 설화들, 가르침, 에피소드들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의 틀이다. 이집트로부터의 해방에서 시내산까지 이르는 이주 (출 1:1-민 10:10), 시내산으로부터 모압에 이르는 이동 (민 10:11-신 34:12)으로 구분된다. 이해를 위해 도표로 보자.
– 출 1장- 신 34 장의 구조
Ⅰ. 애굽으로부터 시내산까지 출 1:1-민 10:10
A. 시내산으로의 여행 출 1:1-18:27
B. 시내산에서의 사건 출 19:1-민 10:10
Ⅱ. 시내산으로부터 모압까지 민 10:11-신 34:12
A. 모압으로의 여행 민 10:10-36:13
B. 모압평원에서의 사건 신 1:1-34:12
본문 (출 1장-신 34 장)은 세밀한 균형을 이룬다. Ⅰ(출 1:1-민 10:10)과 Ⅱ(민 10:11-신 34:12) 모두 여행(A)을 통해 목적지(B)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각 목적지 (B)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모두 여행을 회고하거나 여행의 의미를 반성한다. 하지만 Ⅰ(출 1:1-민 10:10)과 Ⅱ(민 10:11-신 34:12)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Ⅰ은 해방 이야기(출애굽 사건)가 시내산 이야기를 향해서 나아가고 시내산 이야기는 해방 이야기를 현실화 (율법화, 제도화) 한다. 즉 해방 사건은 이주 여행의 시작이며, 해방된 사건(exodus)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시내산에서의 사건 (율법을 받음)에 이르러서야 엑소도스의 목적은 성취된다. Ⅱ의 경우, 이전 까지의 여행 (Ⅱ.A)에서 일어났던 이스라엘의 실패와 좌절을 반성 (Ⅱ.B)하고 있다. 즉 모세의 설교 (Ⅱ.B)는 이스라엘의 이주 여행 (Ⅱ.A)에서 경험했던 실패와 좌절을 교정하기 위한 설교로 시내산 법전의 재해석인 것이다. 여기에서 출애굽기에서 신명기에 이르는 모세 이야기의 첫번째 단락 (Ⅰ)은 하나님의 행위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두 번째 단락 (Ⅱ)은 이 하나님의 행위에 대한 인간의 반응에 초점을 두고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출애굽기-신명기를 다룰 때, 이동 이야기(출애굽 사건의 역동적인 모습과 광야 생활에서의 경험, 좌절)에 초점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Ⅰ.A 와 Ⅱ.B의 율법을 받고 율법을 재해석하는 과정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
※지금까지 성서 연구(성서 읽기)의 필요성(1강), 구약 성서와 타낙(2강)을 구별하면서 구성에 관해 다루었고 (타낙, 토라, 느비임, 케투빔), 3강을 통해 그 중 토라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출애굽기부터 세부적으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미 파악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숲에서 세세한 나무의 단계로 우리의 공부가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공부를 통해 배우는 성서가 여러분의 신앙과 성장에 도움이 되길 !!
[1] . 유대인에게 유대교의 시발점이며 중심점이 되는 사건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당연히 “출애굽 사건”이라고 말한다.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유대인들(히브리인)이 애굽에서 나와 자유로운 민족으로 해방된 사건을 지칭한다. (오강남, «세계 종교 둘러보기», p. 196, 현암사)
[출처] 구약성서연구 제4강 : 모세 오경의 구조 (파리중앙교회) | 작성자 Pasteur Park
